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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새벽 1시경(현지시간) Saipan 도착했다.

여유를 가지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휴가만을 위한 첫 해외여행의 목적이었지만, 세상일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듯이,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짜놓은 친구의 스케줄은 바쁜 일정이었다.

 

Grapan에 위치한 친구의 숙소에 도착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5시가 넘어 잠을 자고, 9시경 간단하게 아침을 먹자는 친구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토스트에 인스턴트스프와 과일 몇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친구가 일보러 가면서 내려준 바닷가를 걸으며 느끼는 평화로움, 이것이 첫 번째 스케줄이었다.

휴가로서의 나의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람 없는 바닷가를 걸으며 사진도 찍고, 야자나무 아래에서 따가운 햇빛을 피해 앉아 쉬다가 근처에 있는 성당이 눈에 뛰어 그쪽으로 잠시 걸어갔다평범해 보이는 성당이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곳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성당이라고 한다미사 시간을 알아봤지만, 한국처럼 미사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길가를 배외하는 개들이 많이 보인다. 주인 없는 개들은 사람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그늘을 찾아 자동차 밑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개들이 힘들어 보인다.

 

해안가를 돌며 보낸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고, 둘째 날 아침을 맞았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며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다마트로 면세점으로 다니며 먹을 것과 친구들 조카들 선물도 사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셋째 날 아침, 물이 빠지면 모래톱이 생기는 마이크로 비치로 갔다.

바다를 보면서 맨발로 물에 걸어 들어간다가도가도 끝없이 얕은 물속을 걸어갔다.

150미터 이상을 걸어 나갔을까?  바닷속 모래가 조금 물러지고, 밀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해안으로 되돌아온다.

물속을 걷는 산책, 이곳에서 보낸 최고의 시간 중 하나였다.

 

Puntan Sabaneta라는 원래의 이름보다 Banzai Cliff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는 이곳으로 오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World War ll의 한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해안 절벽 아래에는 전차 바퀴가 그대로 딩굴고 있고, 함포에 맞아 떨어져 나간 절벽의 어느 부분도 그대로 남아있다. 사이판에는 이런 전쟁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숙소에서 북쪽으로 3km 남짓 거리에 있는 Tanapag Harbor에서는 두 척의 난파선을 볼 수 있다한 척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듯, 구글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해안선 바로 앞에 있고, 다른 한 척은 멀리 바다 위 모래톱에 넘어져 있다.

 

북쪽에서 서쪽해안도로 Rte30을 따라 내려오다 Mariana Seaside Circuit 바로 전에서 우회전하여 Wing Beach Pl.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 나오고, 그 막다른 길옆으로 좁은 길이 걸어가면 Wing Beach가 펼쳐진다산호조각들로 이뤄진 좁은 해안이 나타난다이런 작은 해안이 곳곳에 존재한다.

 

오후에 Mount Tapochau에 올랐다.

출발 일주일전쯤, 이곳에 나와계셨던 신부님이, 이곳 인구의 80% 이상이 Catholic이고 사순절에 십자가를 산 위로 가져가서 1년간 꽂아놓는다는 말씀을 듣고, 그 산에 올라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던 Mount Tapochau에 올라와 십자가를 봤다해발 47x미터의 정상에서는 이 섬 전체가 보인다해가 지는 것을 보며 산을 내려온다.

 

넷째 날,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다녔던 하루.

현지인들은 거북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섬의 북쪽 끝을 돌아 동쪽에 있는 Birds Island에서 일출을 본다.

NGC에서 본듯한 작은 섬 양쪽으로, 산호띠에 의해 깨어진 하얀 파도가 날개처럼 펼쳐진다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숙소에 들러 Managaha Island로 갈 준비를 하고, 근처에 있는 Grandvrio Resort로 간다.

현지인의 소개로 이곳에서 절반 정도 가격에 배를 탔다.

보트운전수와 보조하는 승무원 포함 전체 8명이 출발, 아마도 여기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배편인 듯하다.

보조하는 친구와 몇 마디 주고받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새 친구가 된다.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섬을 걸어서 한바퀴 돈다.  1.5km 정도 밖에 안 되는 섬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보며 걷다보니, 시간이 꽤 흐른다빌린 자리에 누워서 쉬다가 요기를 하고, 스노클링장비를 빌려 잠시 논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배가 올 시간이 다가온다.

 

돌아오는 배는 조금 큰 배에 사람들이 많이 탄다표를 보여주려 하니, 얼굴 안다며 그냥 타라고 한다.

리조트에 올 때까지 한참을 이야기했다이름도 주고받고, 배 운전하는 친구와 형제이고, 그친구의 형이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야기까지또 보자는 말을 하고 돌아온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근처에 있는 Micro Beach로 간다.

달력의 그림 같은 풍경속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어두워진 후 야시장에 들렀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밤이 늦은 시간, 다시 북쪽으로 차를 달려 어느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생각보다 달빛이 밝긴 하지만, 별은 잘 보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Cassiopeia“Cygnus”.

그리고, Neptune, Saturn 그리고 태양계에서 퇴출된 Pluto 까지.

 

Google Sky Map을 이용해 별자리를 더 찾아본다.

그렇게 찾은 Altair & Vega.  이 두 개의 별 사이로 은하수가 흘러야 되는데, 달빛 때문인지 보이지 않는다.

Deneb(α of Cygnus), Altair(α of Aquila) & Vega(α of Lyra)를 보며 Summer Triangle을 그려본다.


북반구에서는 북위 30도 아래에서만 가끔 볼 수 있다던 Crux(The southern Cross)는 아쉽게도 볼수 없었다.

CruxCassiopeia의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다고 한다.  남반구에서는 CruxUrsa Minor과 같은 존재다보니 그 별자리를 국기에 그려넣은 나라들이 꽤 있다.


마지막 날, 전날 너무 돌아다녀서일까 피곤함을 느낀다.

Saipan이라는 곳이 익숙해 지는 것을 느끼며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남쪽의 못가봤던 해안을 몇 군데 들렀다조용한 바다가 아름답고, 그런 바다가 수없이 많은 Northern Mariana의 작은 섬에서의 마지막날이 가고 있다.


Santa Lourdes Shrine이라는 이름의 산중턱에 있는 성당.

성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나무뿌리가 늘어져 내려와 있는 암벽의 중간쯤에 에 성모마리아상과 십자고상.  그 섬에서 유일하게 펌프로 올려 그대로 마실수 있는 지하수가 나오는 곳이고, 2차대전때 유일하게 폭격으로 부터 자유로웠고, 인구의 80%를 넘는 Catholic인들 사이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는 곳.  평소에는 관광객이 수시로 오지만, 내가 갔던 시간에는 조용했다.

초에 불을 붙여 놓고 나와서 의자에 앉아 잠시 기도를 드린다.

그 기도는 집에서 하던 기도와 다르지 않다.  항상 내 마음속의 그사람에게 평안과 건강을 .. .......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떠날 준비를 한다.

짧은 바지에 익숙해져서인지 청바지가 답답하다.

12시쯤 공항에 가는 동안에도 하늘에는 별이 많다그 중에 Orion이 눈에 띈다.

그렇게 공항에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새벽240분경 탑승안내 방송이 나온다.


썰물 때, 모래톱과 함께 펼쳐진 얕은 바다,

많은 별들 사이에서 별자리를 찾아보던 시간.

내 평생 잊을 수 없을, 가슴속에 간직한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10월25일은, 양력으로 2년전 오늘, 그 사람 아버지께서 선종하신 날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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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K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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