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5월 23일
지난 토요일 오후,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낚시 가자" 
갑갑하던 차에, 두 말 않고 "가자"고 한다.
거제도 서남서쪽 만에 위치하고 다리로 연결된 산달도의 실리항 방파제 입구에 주차를 한 시간이 6시경.
텐트를 치고, 이것저것 가져간 것들을 저녁으로 먹는다.
낚시라는 핑게로 왔지만, 낚시 보다는 그냥 시간을 보낸다.
충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밤하늘을 본다.
언제나 그렇듯 북두칠성이 먼저 눈에 띄고, 그 다음을 맞춰나간다.

나는 낚시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이 친구를 따라 갯바위에 배를 타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낚시를 많이 다녀보고 장비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이 친구가 내게 낚시 할 준비를 해줬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낚시는 하지만, 물고기 잡는데는 그게 관심이 없다.
그냥 탁트인 곳에서 느끼는 그 기분이 좋다.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두마리를 잡았지만, 배가 불러 있어서 놓아준다.
낚시를 접고 이이야기 저이야기 하다가 밤 12시가 넘어 좁은 텐트에서 잠을 잔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고라니 소리가 을씨년 스럽다.

5월 24일
아침 6시 쯤, 잠에서 깨고, 아무도 없는 방파제를 서성인다.
갯바위에서의 아침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가 괜찮다.
낚시대를 던져놓고 앉아있다보니 햇살이 따갑다. 그렇게 탈거라고는 생각ㅎ지 못했다.

오후 1시가 넘어 텐트를 걷고 방파제를 떠난다.
돌아오는 중에, 지난 몇 개월 동안 거리를 두고 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주 가끔 전화가 오기는 했었지만, 대충 이야기하고 끊었었는데, 몇 일 전에 왔던 전화는 그냥 끊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 아버지가 제수술 받으시고 너무 앉좋아지셨다는 소식, 어제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며 받았던 전화, 그냥 들어주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서 다시 전화가 와서는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온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니 목, 팔, 얼굴이 익었다.
저녁이 되어 가까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다.  언젠나 처럼 기도를 한다.  내 마음속의 그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미사를 마친 후 기도를 드린다.
성당에서 나오는 길에 이친구저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6명의 부의금 전달 부탁을 받고,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입금을 알리는 문자소리에 받았다는 회신을 한다.

늦은 밤, 또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몇 시에 출발하느냐 기차를 탈거냐, 운전하고 갈거냐, 오후 일이 있는데, 마치고 같이 올라가자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운전을 하게되면 아침에 출발할거고 기차를 타게 되면 13시경 기차를 타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 친구의 전화가 올 때 까지도 기차를 탈지 운전을 할 지 결정을 못했었는데, 전화를 받고는 기차를 타고 조용히 책이라도 보며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동하는 동안,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5월 25일
아침, 같이 가자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몇 시에 출발 할거냐고 묻는다.  오후 일을 하루 연기했으니 내시간에 맞추겠다며 같이 올라가자고 한다.  그래서 잠시 고민을 했다, 같이 올라가라는 뜻이라는 생각을 하고, 일찍 출발해서 운전해서 간다고 했다.  9시30분경 출발 하자고 전화했더니 30분만 있다가 출발하자고 한다, 딸에게 아침 차려주고 가야된다는 핑게를 대며.  짜증이 올라온다.
그렇게 출발해서 도착하니 16시30분, 자연보호를 핑게로 하나의 부의금 봉투에 일곱명의 이름을 적었다.  당일날 내려오려고 했었는데, 운구할 사람이 없다는 말에 하루 더 있다오기로 한다.
같이 갔던 친구에게 기차타고 내려가라고 했더니 같이 있다가 가자고 한다.  10시가 넘어서 상가를 나와서 숙소로 간다.  

5월 26일
1시가 넘어 잠이 들었고, 5시가 넘어서 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할 일을 끝내고 9시 30분경 운전을 시작한다.  과속을  했다.  예정보다 30분정도를 단축해서 14시30분경 집에 도착했다.


다시 얼마전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난 몇 개월간 거리를 두고 지냈던 이 친구와 다시 전처럼 지내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전화가 계속 온다.
그냥 무시할수 없어 대화를 한다.  타이핑을 하고있는 이 순간에도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고 있다.
당분간은 통화도 하며 지내야 할 듯한데, 이런 분위기가 싫다.
마음속의 그 친구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보고싶다.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싶다.
그런날이 오기를 기도 드린다.

2주 전, 자전거를 타고 성당에 가는 길에 찍은 사진
5월 24일 아침, 방파제에서
어제,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어느 휴게소 벽면에 붙은 문구 

'Personal memen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12월 23일  (0) 2020.12.23
2020년 7월 26일  (0) 2020.07.27
2020년 5월 14일  (0) 2020.05.14
2020년 4월 13일  (0) 2020.04.13
2020년 2월 3일  (0) 2020.02.04
Posted by HK207
|